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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빙의글

[민윤기 빙의글] same but different 이런 곳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얼굴을 다시금 뜯어 봐도 분명 그였다. 혹시라도 닮은 사람일까 싶어 눈을 꼭 감았다 뜨는 사이, 뒷사람의 재촉에 안으로 밀려 들어와버린다. 잔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지금까지도 시선이 맞는 걸 보니 확실히 민윤기가 맞는데. 마주친 장소가 의외여서 그런지 사고가 잠시 고장난 듯 했다. 민윤기가, 클럽에 있다. 왠지 상극의 두 단어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나를 만난 당시에는 상극이었는데. 안 본 새 생활 패턴이 바뀐 걸까. 주아는 그 찰나에 여러 생각을 늘어놓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본인임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슬쩍 웃기까지 하는 얼굴. 이내 살짝 감은 눈으로 얼굴을 미세하게 젓는다. 지금은 모른척 하자는 무언의 신호였다... 더보기
[전정국 민윤기 빙의글] Life walks towards me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자동차의 쉴 새 없는 움직임이 자꾸만 정국의 몸을 때렸다. 시선을 먼 아래로 내리면 보이는 건 온통 거먼 물. 저곳에 삼켜질 거라는 생각은 수천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언젠가 해 본 경험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라도 되는 듯, 생각할 때마다 결국엔 몸서리를 치고 만다. 분명 그토록 갈망하던 일인데. 막상 마주하니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외면하고 싶은 건지, 직면하고 싶은 건지. "안 뛰어요?" 누군가 물었다. 소음을 뚫고 들려온 목소리는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돌아보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듯 여유 있게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 한 남자. 어두운 공간에서도 한 눈에 보일 만큼 하얀. "아까부터 그러고 있길래." 지금의 저.. 더보기
[민윤기 빙의글] 나는 왜 사랑하지 않는 건데요 진정되지 않는 마음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한 달 전? 일 년 전? 그때부터? 어쩌면 처음부터. 하지만 처음은 어디일까. 그 시작점을 알 수 있다면 스스로 끝을 내기가 조금은 더 쉬웠을까. 어쩌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으려나. 윤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 실마리를 찾으려 고군분투해도 다시 빼곡하게 들어차는 생각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결론은 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관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방 안에는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 둔탁한 소리만 들렸다. 어깨에 닿지도 않을 만큼 짧은 머리. 그 끝에 맺혀 있던 물방울은 사방으로 튀었고, 윤기의 앞머리에 맺혀 있던 물방울은 얼굴을 타고 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