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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빙의글

[전정국 수위글] 처음 (비밀번호 1111)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전정국 빙의글] 사라지지 않는 밤 둘의 행동이 성급했다. 타이밍이 엉켜 서로의 얼굴을 붙잡는 손이 동시에 부딪혔고, 이에 입술을 몇 번이나 박은 탓에 정국의 입술엔 터지지 않은 피가 작게 고여 있었다. 제자리에 놓여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사물들과 달리, 방에서 흐트러져 있는 것은 오로지 둘 뿐이었다.그토록 갈망하던 순간. 이 순간을 위해 한없이 갉히고 다쳤을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져 있었다. 그저 얼굴과 몸이 가는 대로. 그렇게 얽히고설켜 방향감을 잃고 침대 아래로 떨어지면, 상황과 상관없는 신음이 입에서 터지곤 했다. 그마저도 하나의 배경음이 되어 버린 순간들을, 후회로 돌이키고 있을까. 시작이랄 것도 없이 눈 깜짝할 새 거기까지 닿아버린 자신들을 절망 속에서 자책해왔을까. 명을 다 한 것 같은 푸르스름한 불만 켜져 있는 비상구. 문.. 더보기
[전정국 빙의글] 당신의 절망을 바라는 나에게 "우리 어차피 계속 못 만날 거잖아" 그 말은 정국에게 꽤나 큰 충격을 가져다줬다. 순간 숨 쉬는 것도 잊게 할 만큼. 사방이 단단한 쇠로 막힌 깜깜한 방에 갇혀 사정없이 머리를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이론적인 고통은 극심한데 정신은 오롯이 다른 곳에 있어 아픔조차 인식할 수 없는 그런 느낌 같았다.젓가락질이 멈추고 오물거리던 입도 일순간 얼어붙는다. "무슨 말이에요?""그렇잖아." 놓았다, 가 정국이 받은 느낌이었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걸 저 한마디로 놓은 것 같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그렇잖아, 가 끝이었다. 그게 그녀가 우리를 놓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며들어 심사를 뒤틀리게 만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고삐가 풀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 더보기
[전정국 빙의글] 곧게 삐뚤어진 사이 입을 동그랗게 말고 기분 나쁜 연기를 연신 뿜어낸다. 삽시간에 정국의 얼굴을 덮친 연기는 서서히 떠오르다 이내 처음부터 없었던 듯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눈 하나 깜짝 않고 정국을 주시하다 이내 말한다. “넌 내가 왜 좋니.” 꼰 다리가 네모난 테이블 영역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몸을 곧게 세우고 앉아 있는 정국과 달리 한껏 비뚤어진 그녀의 자세는, 둘의 미래를 말해주는 작은 복선 같이 느껴졌다. 함께 있는 이 짧은 순간에도 결코 섞일 수 없다는 듯한. 정국을 서서히 찌르고 죽이는 그런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 정국은 그것들을 버텨내고 있었다. 아무 말없이.그녀는 정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눈은 늘 많은 말을 했으니까. 그녀는 그런 그의 마음을 단박에 읽어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