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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민윤기 빙의글] Life walks towards me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자동차의 쉴 새 없는 움직임이 자꾸만 정국의 몸을 때렸다. 시선을 먼 아래로 내리면 보이는 건 온통 거먼 물. 저곳에 삼켜질 거라는 생각은 수천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언젠가 해 본 경험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라도 되는 듯, 생각할 때마다 결국엔 몸서리를 치고 만다. 분명 그토록 갈망하던 일인데. 막상 마주하니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외면하고 싶은 건지, 직면하고 싶은 건지. "안 뛰어요?" 누군가 물었다. 소음을 뚫고 들려온 목소리는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돌아보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듯 여유 있게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 한 남자. 어두운 공간에서도 한 눈에 보일 만큼 하얀. "아까부터 그러고 있길래." 지금의 저.. 더보기
[진 빙의글] 혼(婚) "하지 마세요, 이 결혼." 둘만 남게 된 작은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석진이 조용히 침을 삼켰다. 대체 뭘 어쩌자고 저런 말을 뱉었나 싶었지만, 한편으론 꼭 필요한 말이었다는 걸 무의식 중에 알고 있던 것 같았다.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감정 없는 얼굴로 석진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서로 빤히 맞는 눈. 당연히 오지랖 넘치는 말이었다. 가까운 사람이었어도 쉽게 할 수 없을 말을, 오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듣는 심정은 어땠을까. 단정하고 과묵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석진의 마음은 초단위로 변하고 있었다.물론 이런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제가 맡는 고객의 모든 것을 알 순 없었다. 조금 더 간단하게 말하면, 맡은 커플들이 결혼에 골인하고 저는 정산을 받으면 끝인 일이었다. 부수적인 것들은 모두 .. 더보기
[전정국 수위글] 처음 (비밀번호 1111)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